아직 책을 출판한 적이 없는 예비 작가를 찾는 방법 중의 하나로 블로그가 있다. 블로그도 일종의 글쓰기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작가로 등단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블로그를 개설해 열심히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출판사 측에서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갈지도 모른다.
나도 그 방법이 어느 정도 유용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방법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마추어는 별 생각 없이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읽고 거기에 호의적인 반향을 보이면 자신이 정말 글을 잘 쓰는구나 하고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책은 블로그와 다르다. 블로그의 글을 15분짜리 TV 만화영화라고 한다면, 책은 2시간짜리 극장판 만화영화이다. 이 둘은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영화이지만 분량이라는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15분에 걸맞은 스토리라인에 익숙한 작가는 2시간 분량의 스토리라인을 짧은 기간 내에 만들어내지 못한다. 여기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때로는 혼자 할 수 없으니까 팀을 이루어서 해야 할 수도 있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250페이지 분량의 책을 만들려면 블로그 포스팅 몇 개로 되지 않는다. 설령 그만한 분량의 글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전체로 묶고 그 전체의 묶음 속에서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뽑아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보자. <태백산맥>이라는 10권짜리 소설이 있다. 각 권의 소설에는 여러 가지 스토리가 등장한다. 1권에 나오는 스토리가 9권에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10권의 스토리는 톱니를 물려가며 이어지고, 10권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독자는 ‘<태백산맥>이라는 책은 민족 분단의 슬픔을 전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성경은 더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다. 성경은 신약과 구약을 합쳐 66권의 크고 작은 책이 엮인 일종의 앤솔로지이다. 각 책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형태나 내용에서 아주 상이하다. 그런데 그 66권이라는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성경이란 예수라는 사람에 대해서 말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아주 작은 스토리들을 조각조각 묶어서 메시지가 담긴 커다란 그림으로 만드는 일이 바로 책을 쓰는 일이다. 2000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는 일과도 비슷하다.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모르는 아마추어 블로거나 패기로만 가득한 예비 작가는 책을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으면 그게 쉬운 일인 줄 알고 덥석 수락한다. 그렇게 수락한 사람 중에서 실제로 책을 만들 분량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도 그렇게 많은 사람을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굳이 숫자를 내자면 아마 3%도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잘나가는 블로거에게 책을 내자고 제안하는 게 별로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책이 될 만한 원고를 만드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절박함이다. 나는 이런 메시지를 이런 스토리로 세상에 전하고 싶다. 나는 작가로 꼭 성공하고 싶다. 이건 반드시 세상에 폭로해야 하는 일이다, 하는 식으로 의지와 성실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딱딱한 책상에 앉아 하루 7~8시간씩 고민하며 3~4개월을 보낼 수 없다.
글은 입이 아니라 엉덩이로 쓴다.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묵묵히 쓰지 않는다면 글은 나오지 않는다. 못하겠으면 안 해도 된다. 책으로 안 만들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거나 망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돈을 더 많이 벌수도 있다. 확률적으로 그게 맞다. 분명히!




